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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디지털타임즈 "다문화가정 교육 인생 2막 ... 한국사회 희망으로 키울겁니다

언론기사
작성자
hanmaum
작성일
2022-05-10 15:57
조회
594
 

▶ 기사 링크:  [DT초대석] 다문화가정 교육 `인생 2막`… "한국사회 희망으로 키울겁니다" (naver.com)

 

 

KAIST서 정년퇴임후 8년째 봉사단 이끌어

사우디 초빙교수 때 받은 '오일머니'로 시작

중학생 스쿨에 엄마학교까지 체계적인 교육

"미래 이끌 든든한 인적자산으로 성장시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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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제공


DT초대석

최병규 한마음교육봉사단장·KAIST 명예교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 테슬라·스페이스X 창업주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가상화폐의 왕자인 '비타리크 부테린'."

지난해 타임지가 표지 인물로 뽑은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점이다.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채 1년도 채 안 돼 이전에 없었던 혁신적인 코로나19 'mRNA 백신'를 개발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미국에서 자라면서 전기차와 우주 로켓, 우주 인터넷 등 미래 혁신가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다.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만든 비타리크 부테린은 러시아 출생으로 6살 때 캐나다로 이주한 이민 2세다.

생산기술 분야의 세계적 석학에서 '다문화 교육 전문가'로 변신한 최병규 한마음교육봉사단장(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다문화 가정 출신의 세계적인 인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가정 연대형 사회적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단장은 2014년 KAIST에서 정년 퇴임한 이후 이전과 전혀 새로운 분야인 '다문화 가정 교육'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공동체이자 국가의 중요한 인적 자산으로 역할을 하려면 이들을 위한 사회적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절박함에 2015년 한마음봉사교육단을 만들어 8년째 이끌어 가고 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다문화 가정, 심각한 교육위기…엄마·자녀 위한 '사회적 교육' 절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다문화 가족 구성원은 10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다문화 출생아 수는 1만8000여 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9%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족 구성원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 사회(출생 비중 5% 이상)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 수는 2019년 11만명에 육박했고, 매년 1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비(非) 다문화 초등학생 수는 매년 4만명씩 줄고 있어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의 수가 월등히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엄마와 학생들은 대부분 언어 소통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우리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심각한 교육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 단장은 "내 아이만 잘 사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요"라며 반문한 뒤 "다문화 자녀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우리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우리가 포용해야 한다"고 다문화 자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실제, 다문화 가정의 부모 중 상당수는 우리말에 서툴고, 우리나라 교육제도와 문화를 제대로 알지 못해 자녀 교육과 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다문화 엄마로부터 언어 교육과 학습 지도를 받지 못한 자녀들은 초등학교 입학 후에 원활치 못한 언어 소통과 학습능력 저하 등 여러 문제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93%에 이르지만, 중·고교 진학률은 75%, 대학 진학률은 5%로, 고등교육으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그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규 교육을 포기한 다문화 자녀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면서 "만약 그들이 사회 부적응자로 자라게 되면, 사회적 갈등과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단장은 이 같은 우려를 예방하기 위해선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공공과 민간의 중간에 있는 '제3의 영역'인 사회 교육 시스템이 확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며느리'·'오일머니'·'KAIST 부총장'이 맺어준 다문화 인연=최 단장이 다문화에 관심을 갖게 배경에는 며느리, 오일머니, KAIST 부총장 등 세 개의 서로 이질적인 연결고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KAIST 교수로 퇴직하기 전까지 다문화는 그에게 생경(生硬)한 분야였다. 그러던 중 장애인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예비 며느리가 다문화 가정을 만나 인터뷰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점에서 다문화 관련 책을 보면서 다문화 가정 힘겨운 한국 생활과 자녀 교육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는 "예비 며느리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다룬 몇 권의 책을 접한 것이 다문화 교육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최 단장은 일선 학교 다문화반 교사와 장학사, 교육 전문가 등을 만나면서 다문화 가정이 처한 교육 위기 해결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봉사활동을 위해 한마음교육봉사단을 설립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연결고리는 '오일 머니'였다. 최 단장이 KAIST 교수 재직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 초청으로 3년 간 특훈겸임교수 활동을 통해 받은 거액의 오일 머니가 봉사단의 가장 큰 고민였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해 줬다. 그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봉사 활동이 절실했기에 사재까지 털어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최 단장은 "2010년으로 기억되는데, 제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연구자(HCR)'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덕분에 사우디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번 돈이 봉사단 설립과 운영에 '시드 머니'가 돼 줬다"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2010년 KAIST 부총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봉사단 멤버를 꾸리고,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와 도움을 이끌어 준 '든든한 직함'이 돼 줬다고 귀뜸했다. 최 단장은 "돌이켜 보면, 며느리로 인해 다문화를 처음 알게 됐고, 오일 머니로 인해 봉사단 활동에 본격 나설 수 있게 됐고, KAIST 부총장 보직 때문에 주위에 좋은 분들을 만나 봉사단을 지금껏 이끌어 올 수 있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전·현직 교수, 교사, 학생 의기투합…'다문화엄마학교' 문 열어=최 단장은 다문화 가정 부모와 자녀의 교육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14년 '한마음교육봉사단'을 출범시켰다. 최 단장의 뜻에 공감한 KAIST와 서울대 전·현직 교수, 초등학교 전·현직 교사, KAIST 학생 등이 하나둘씩 봉사단에 합류했다.

그는 가장 먼저 다문화 가정 엄마를 대상으로 한글과 초등교육 과정을 가르키는 '다문화 엄마학교'를 2015년 3월 대전에 처음 개설했다.

최 단장은 "다문화 엄마들이 자녀들을 제대로 학습시킬 역량이 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이를 위해선 '엄마들부터 우리말과 한국의 초등교육 과정을 가르쳐야 자녀들을 학습시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다문화엄마학교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봉사단에 소속된 초등학교 교사들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엄마들을 가르칠 7개 교과목을 만들었고, 5개월 간 교육과정으로 '다문화엄마학교'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입학생 모집에 어려움이 닥쳤다. 최 단장은 대전시 다문화가정협의회장을 어렵게 만나 직접 엄마학교 취지를 설명했고, 일일이 엄마들을 만나 대화한 끝에 10명의 엄마 학생을 모아 꿈에 그리던 '다문화 엄마학교'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최 단장은 "엄마들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수업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고, 학교를 졸업한 엄마를 대상으로 자녀 학습지도를 위한 5개월 과정을 별도로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8년이 지난 현재 다문화엄마학교는 전국 23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기준 졸업생만 1138명에 이르고 있다. 엄마학교에는 매년 200명 이상이 입학하고 있으며, 56명이 교육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를 우리 사회의 '새 희망으로'"=최 단장은 다문화 가정이 우리가 안고 있는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희망이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은 저출산이라는 '출생 절벽'을 해소하고, 국내 산업 현장과 대학 현장에 부족한 인력을 공급해 주는가 하면, 매년 줄고 있는 학생 감소 문제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농·어촌과 전통 제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없인 농사도, 공장도 운영할 수 없고, 국내 많은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외국인 학생 수혈 없이 대학 운영이 힘들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비중은 커졌다.다인종·다민족 국가인 미국 역시 일찌감치 다문화 가정 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육봉사단의 활동이 있었기에 'TFA(Teach for America)'과 '공립대안학교' 등이 설립돼 미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최 단장은 "남미의 한 수학교사가 LA 슬럼지역에서 고등학생들을 지도한 영화를 보고 미국 프린스턴대 졸업 학생이 교사로 나서면서 명문대 졸업생들이 연간 6000명씩 TFA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미국의 사례를 언급했다. 현재는 미국 242개 지역에 설립된 공립대안학교(KIPP)에는 10만명의 다문화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미국 사회의 중요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그는 '다문화 엄마학교'에 이어 2016년부터 중학교에 진학한 다문화 자녀의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한마음글로벌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관심·지자체 주도 '사회적 교육 안전망' 필요=영국 유학 중 일본인을 만나 결혼한 A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정에 위기가 닥쳤다. 한국어에 서툰 일본인 아내가 초등학교 아들에 대한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겪자, 아이의 학교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자신감도 잃어갔다. 아내 마저 대인기피 등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되자, 다문화엄마학교를 알고 아내에게 입학을 권유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서라면"라는 마음에 흔쾌히 학교에 들어갔고, 빠르게 적응하면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지금, 아이의 학습 지도에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A씨는 "만약 엄마학교가 없었다면, 아내와 아이를 일본에 보내 교육시킬 생각이었다"며 "아내가 엄마학교를 졸업하자, 아이는 자신감을 되찾았고, 학업성적도 향상됐을 뿐 아니라, 아내도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엄마학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KAIST에 유치 과학자로 온 중국인 교수 역시 초등학생 아들 교육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대전 엄마학교에 입학하면서 지금은 초등학생 6학년 아들과 함께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최 단장은 "우리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포용성, 정부 부처·지자체 등의 관심과 지원, 사회적 부문의 교육 시스템 확충 등이 더해질 때 다문화 자녀들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든든한 인적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전남도, 공주시, 광주 남구청, 대구교육청, 달성군 등 다문화 가정과 엄마학교에 대한 지자체 단체장들의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면서 최 단장은 2028년까지 엄마학교를 전국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단장의 사무실 문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었다. '광이불요(光而不耀) 화광동진(和光同塵)'. 즉, '빛나되 번쩍거리지 않는다. 드러나는 빛을 조화시키고, 혜택 받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봉사단을 이끌면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됐다고 했다. 정주영 창업주가 국가나 가정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불굴의 도전정신을 갖고 평생을 살아 오셨듯이 그런 삶을 자신뿐 아니라 다문화 자녀들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더 나아가 최 단장은 "그런 의미에서 한마음교육봉사단에 앞에 정주영 창업주의 호(號)'아산'이라는 단어를 붙여 '아산한마음교육봉사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현재 아산재단은 한마음교유봉사단을 후원하고 있다.반딧불이가 고요하고 짙은 어둠 밤을 무리 지어 비추듯, 최 단장이 다문화 자녀를 위해 비추는 교육의 빛은 분명 그들을 빛나는 인재로 용출시키는 강렬한 빛으로 우리 사회를 비출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