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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4일 사이언스타임즈 - 다문화 아이들 과외하는 과학자

언론기사
작성자
hanmaum
작성일
2018-11-29 16:37
조회
3039

최병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중학교를 올라가는 다문화 자녀들에게 무료로 과외수업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 교사들과 팀을 짜서, 주 2회 토요일과 수요일에 6명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와 함께 최 교수 팀은 중학교 영어 및 수학 과목의 인터넷 강의 교재를 만드는 중이다. 교재가 완성되면 다문화 자녀들은 인터넷으로 공부를 한 다음 토요일에 모여 교사들과 토론식 수업을 하기로 했다.

최 교수는 다문화가정을 돕는 방법을 다각도로 구상하다가 교육에 눈을 돌렸다. 2년 전 최 교수는 지인들과 함께 (사)한마음교육봉사단을 만들고 첫 사업으로 ‘대전 다문화 엄마학교’를 시작했는데, 이제 다문화 자녀 학교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교육으로 다문화가정을 돕는 최병규 카이스트 명예 교수 ⓒ 심재율 / ScienceTimes

교육으로 다문화가정을 돕는 최병규 카이스트 명예 교수 ⓒ 심재율 / ScienceTimes



다문화 엄마학교는 외국에서 시집 온 엄마들에게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친다. 엄마가 우리나라 초등학교 과정을 배워,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가정학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엄마는 자신감이 생기고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2년을 하다 보니 올해에는 다문화 엄마학교 출신 가정에서 중학교를 진학하는 아이들이 6명이나 나오기 시작했다. 중학교 과정까지 엄마에게 맡길 수는 없으므로, 최 교수는 다문화 자녀학교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7명의 강사가 준비하는 다문화 자녀학교 중학교 강의는 최신 방식을 도입했다. 수학과 영어 각각 주 2회씩 제공되는 15분짜리 인터넷 강의가 마치면, 바로 퀴즈를 치르고 주말고사도 치르도록 할 예정이다. 강의 듣기 및 시험 치르기는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하고, 2주에 한 번 토요일에 모여서 토론식으로 진행한다. 소위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거꾸로 학습(flipped teaching) 방식으로 다문화자녀들을 교육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영어는 교과서 본문을 모두 외우도록 할 예정이다.

다문화 엄마학교에 이어 자녀학교도 설립

최 교수는 한 때 이 활동을 중단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엄마 학교를 준비하면서 퇴직금을 쏟아 부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 다시 시작하게 한 계기가 생겼다. 은퇴하는 교수를 위해 제자들이 “골프 회원권 하나 해 드릴까요?” 할 때 거절하고 후원금으로 받은 것이다. 제자들이 모은 후원금도 받았는데 도저히 그만둬서는 않되겠다 싶어 사비를 들여 계속 밀고 나갔다. 이에 감화를 받아 뜻을 함께하는 분들의 후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최 교수가 처음 만난 아이는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해야 겨우 잠이 들 만큼 주위가 산만했다. 시력이 나빠졌지만 안경을 쓰지 않았다. 최 교수가 보기에 주의가 산만해서 그렇지 무슨 일이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였다. 최 교수를 만나 상담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 다 내 아들이 이상이라고 하는데, 교수님만 정상이라고 하시네요.”

사명감을 느낀 최 교수는 아이를 맡아 1년 넘게 무료로 수학을 가르쳤다. 열심히 달래고 공부를 시켰더니 수학성적이 최하위에서 시작해 중상위권으로 올랐다. 이 한 번의 경험으로 최 교수는 자신감이 생겼다.

머지않아 한 해 2만 명 씩 올라오는 이런 다문화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도와주지 않으면 이질문화에서 오는 소외감에 학력부족이라는 절대 약점을 극복하기 어려워서 구조적인 취약집단을 형성할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이 문제 해결책으로 흑룡초등학교에서 다문화학급 전담교사를 3년간 맡았던 선생님이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초등학생 때는 엄마가 챙겨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다문화가정 엄마에게 초등학교 교육을 시켜서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도록 하자!” 

이 말을 듣고 최 교수가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6개월 과정의 ‘다문화 엄마학교’이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첫 번째 다문화엄마학교 학생은 11명이었다. 국적은 러시아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일본 등 7개국이다. 이 중 10명이 지난 8월 초에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응시해서 전원 합격했다.




다문화 엄마학교 입학식 ⓒ 최병규 / ScienceTimes

다문화 엄마학교 입학식 ⓒ 최병규 / ScienceTimes



원격학습관리체계(LMS)도 구축했다. 주당 7시간 분량의 원격교육을 시키고 격주로 모여 2시간을 배운다. 교재는 무료로 제공하고 교통비도 지급하는 등 엄마학교가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눈물겹다.

다문화엄마학교 대전 2기는 14명이 입학해서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최 교수는 내년 하반기에는 다른 광역시와 군 단위의 엄마학교 시범사업을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전국으로 확산시켜 10년 후에는 전국 모든 기초자치단체에서 다문화엄마학교를 여는 것이 최 교수의 목표이다.

현재 (사)한마음교육봉사단 이사는 최 교수를 비롯해서 교육과학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교수(포항공대 총장), 김장주 서울대 교수, 김정회 카이스트 교수(생명과학대 학장), 김애영 대전외고 교장, 맹준희 카이스트 수석연구원, 이인석 이랜드 서비스 대표, 최수종 밀리만코리아 대표 등이다.

최 교수는 “사실 시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문화인구 비율이 시골이 훨씬 높다. 전라남도의 다문화밀도는 도시 지역의 2배가 넘는다. 최 교수 역시 전남 장성 출신이라 기반이 잡히는 대로 전국 군단위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자녀 수는 무려 21만 명에 이른다. 2014년 4월 기준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초중고) 숫자는 전체 학생의 1.1%인 68,000명으로 전년보다 12,000명 늘었다.

하지만 신생아 숫자로 보면 다문화자녀 출생 비율은 전체 출생의 4.9%나 되고 혼인의 8.3%는 다문화 혼인이다. 다문화가정의 출산율이 한국인 가정 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청소년 인구의 10%는 다문화가정으로 바뀔 것이다.

2014년 다문화가정 자녀 취학비율은 초등학생 97% 중학생 64% 고등학생 52%로 조사될 만큼 중도탈락 비율이 높다.

“가장 큰 보람은 학력이 떨어질 아이들을 붙잡아 줘서 안전망으로 이끌어 준 것입니다.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시집와서 어렵게 사는 다문화 엄마들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엄마 역할을 합니다. 참 흐믓하죠.”

최 교수는 “10년 동안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에 200개의 다문화 가족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학교는 엄마학교 + 자녀학교 + 검정고시학교+ 의형제 멘토링을 합친 개념이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많은 사회공헌 기부 및 재능기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최 교수는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가 52조 원의 기부를 약정하면서 갓 태어난 딸에게 보낸 편지 문구가 생가난다고 한다.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더 많은 사람이 균등한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원본 기사 링크 - http://www.sciencetimes.co.kr/?p=144865&post_type=news